전시 정보

제목

별별익산_겨울 빛 프로젝트

작가

홍장오, 김우종, 채민수, 김예은, 이지원, 박병철

기간

2019. 11. 1 금 - 2019. 12. 31 화

시간

All day

장소

익산 문화예술의거리

문의

070-7578-5223, spaceomae@gmail.com

소개

별별익산_겨울 빛 프로젝트

도시는 마치 유기체처럼 태어나 성장하고 쇠퇴한다. 쇠퇴한 도시를 재생시키는 일은 주로 시민의 몫이지만, 그 주체는 얼마든지 확대 가능하다. 최근 국내 여러 도시가 지역의 정체성을 구성하는 주요 역사·문화적 가치와 경제 생태계, 그리 고 경관을 회복하기 위해 과거에 번성했던 구도심을 다시 살리는데 열심이다. 이 리(裡里)라 불리던 익산시 역시 이러한 흐름에 동참해 예전에 최고로 번화했던 ‘영정통(榮町通)’을 ‘문화예술의거리’로 탈바꿈시켰다. 익옥수리조합, 삼산의원 등 1930년대에 지어진 붉은 벽돌 건물 몇 채가 지금까지 잘 보존되어 있고 일제 강점기에 ‘긴자(銀座)’라 불릴 정도로 번성했던, 그리고 한국전쟁 이후에는 ‘작은 명동’이라 불렸던 ‘이리 영정통’은 현재 작은 규모의 카페, 식당, 주점, 세탁소, 마 트, 의상실 등과 꽤 많은 수의 공방(목공, 도자, 자수, 퀼트, 가죽 등)과 갤러리, 익 산아트센터가 함께 들어서 있다. ‘익산 문화예술의거리(이리영정통 거리)’는 익 산 시민의 일상을 더욱 풍요롭게 만드는 풀뿌리 문화예술의 모꼬지이자 삶의 현 장이다. 삶의 현장과 분리된 미술관 전시실이 아닌 거리, 공원, 광장, 역처럼 공공(公共)의 장소에 설치된 미술을 ‘공공미술(Public Art)’이라 한다. 과거의 공공미술이 거대 한 규모의 설치물에 치중됐다면, 최근에는 지역주민의 참여를 중시하는 소위 ‘새 로운 장르(New Genre) 공공미술’이 부각 받고 있다. 공동체의 관계와 활동 과정 을 중시하는 이러한 공공미술은 각 지역 문화재단이나 비영리단체를 중심으로 꾸 준히 진행되고 있다. 지역 예술가 및 레지던스 작가들이 시민과 함께 하는 문화예 술 프로그램을 꾸준히 운영해 온 익산문화관광재단은 그 의욕과 열성에 비해 크 게 활성화되지 못한 문화예술의 거리를 재생시키기 위해, 이번에는 참여자들만을 위한 소규모 관계 중심형 예술체험보다는 ‘장소’에 초점을 둔 미적 경험을 제공하 기로 했다. 이를 위해 외부 기획자 및 젊은 예술가들과의 협업이 시도되었다. 낯 선 타자에 의한 무심한 ‘던져놓기’가 아닌 거주민에게 호기심 어린 ‘말걸기’를 지 향하는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, 익산 시민들이 삶의 장소에 대한 일상의 경험과 기 억을 새롭게 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. ‘삶의 장소’가 물리적 환경, 다양한 인간 활동과 의미로 구성된다는 장소정체성론 을 토대로 한 이 프로젝트는 사실 적은 예산과 시간 외에도 될 수 있으면 기존의 설치물과 조명, 기물 등을 그대로 두고, 공공건물 및 협조 가능한 개인 소유 건물 과 그 주변만을 활용하며, 새벽에 쓰레기차가 지날 수 있도록 거리 한복판은 피해 야 한다는 적지 않은 물리적 제약을 안고 시작했다. 이러한 제약조차도 특정 장소 의 물리적 환경과 인간 활동의 일부라 여긴 작가들은 그 시선을 거리의 위쪽과 측 면에 두었고, ‘빛’을 매개로 이 거리가 지닌 장소정체성을 표현하기로 했다. 이들 에게 익산은 거대하고 유일하게 존재하는 태양보다는 밤하늘에 무수히 빛나는 작 고 다양한 별에 가까운 도시다. 마한과 백제의 고도(古都)였던 익산은 오래된 별 이지만, 현재 보이는 별빛이 아주 오래전에 별에서 떠나온 빛인 것처럼 익산이 발 하는 빛은 과거와 현재가 교차하며 만들어내는 빛이다. 이 빛은 또한 일상과 예 술, 공적인 것과 사적인 것, 연속적인 역사와 불연속적인 기억, 실존적 삶과 신체 적 경험 등이 교차하며 확산되는 빛이다. <<별별(星星)익산_겨울 빛 프로젝트>> 는 미술계의 신생별과도 같은 젊은 예술가들의 작업이 불쏘시개가 되어 그 빛과 열의 확산에 일조하는 흥미로운 프로젝트가 될 것이다.

홍장오, <구멍풍경>, 2019

겨울밤 ‘익산 문화예술의거리’의 주요 도로를 화려하게 비추는 <구멍풍경 >은 서울과 경기 지역에서 관계지향형 혹은 장소 특정적 작품을 다수 제작한 홍장오 작가의 작품이다. 공중에 설치된 수백 개의 훌라후프는 생명의 핏줄처 럼 혹은 실에 꿰인 구슬처럼 흘러가는 삶을 연상시킨다. 시간의 잔재와 현재의 생생한 삶이 마치 무수한 별들이 공존하는 은하수와도 같이 머리 위에 펼쳐진 다. 이 흐름 속에서 위와 아래, 과거와 현재, 실재와 그림자, 예술과 일상, 기억 과 현전의 경계가 사라진다. 작가는 사이와 주변을 아우르는 공감각적 체험을 통해 역사적 시간을 관통하는 개인의 다양한 삶의 모습을 환기시키고자 한다.

김우종, <찰나(刹那)>, 2019

거리에 어둠이 깔리기 시작하면 매매로 내놓은 오래된 벽돌 건물 2, 3층이 빛 을 발한다. 각 층에 공간을 구획하는 벽도, 창문도 남지 않은 텅 빈 건물을 가득 채우는 것은 인간의 온기가 아닌 (PVC 비닐로 만든) 별, 즉 낮에도 여전히 빛 나지만 밤이 되어서야 존재가 확연히 드러나는 별의 무리이다. 이 무리는 사람 들의 간절한 소망을 담아 사찰의 천장에 매달린 등불이기도 하다. 별의 시간에 서 보면 -백제의 영광이 한순간이었던 것처럼- 인간의 세속적인 소망은 찰나 에 불과하지만, 인간의 욕망은 최근 복원된 미륵사지 석탑처럼 폐허를 재건시 키는 데서 볼 수 있듯이- 영원에 대한 근원적인 동경을 내포한다.

채민수, <사이>, 2019

작가는 주요 도로가 아닌 좁고 어두운 골목길 입구에 다양한 크기의 아크릴 박 스를 설치했다. 조립된 회로기판과 작은 전구가 들어있는 투명한 박스는 골목 골목 연결된 도시의 축소판이다. 도시와 도시가 서로 연결되듯 아크릴 박스들 도 서로 연결되어 있다. 도시의 조명과 밤하늘의 별빛이 겹쳐질 때마다 거리 에 쌓인 기억들이 조금씩 두터워진다. 기억은 주체와 대상의 사이에서, 즉 이 둘의 고정되지 않은 거리에 의해 만들어지기 때문에 계속해서 변하고 새롭게 조립된다.

김예은, <보이는 보이지 않는>, 2019

작가는 투명한 아크릴 파이프를 다양하게 조합해 건물과 건물 사이의 빈 공간 을 새롭게 채우는 방식으로 건물의 익숙한 사각형 파사드를 낯설지만 흥미로 운 형태로 변형시킨다. 또 보통은 보이지 않게 설치되는 수도관을 조명까지 설 치해 건물 위로 드러내어 그 낯섦을 배가시킨다. 그 안에는 공이 마치 구심력 이 작동하는 중심에서 벗어난 도시의 일상이 끊임없이 반복되고 변주되듯 계 속해서 움직인다. 그 움직임으로 인해 파이프 안은 추상적이고 균일한 텅 빈 공 간이 아니라 구체적이고 비균질적인 생명력이 약동하는 생성의 장(場)이 된다.

이지원, <담담>, 2019

작가는 고보(작은 스테인리스 합금 원판에 그림이나 기호 형태를 뚫어서 조명 기구의 조리개 부분에 장착하는 것으로, 주로 무대 연출이나 거리 광고물에 사 용) 라이트를 사용해 낡은 건물 외벽을 감싸고 뻗어가는 담쟁이덩굴 이미지를 보여준다. 성장과 소멸을 반복하는 담쟁이덩굴의 생명력은 이 건물과 거리에 겹겹이 쌓인 시간의 층을 연상시키고, 빛이 만들어낸 이미지는 이 건물과 이웃 건물이 만들어내는 공간의 형태와 균열 등 그동안 주목하지 않았던 건물의 측 면을 새로운 시선으로 보게 만든다.

박병철, <최적화>, 2019

‘작은 명동’이라 불리던 이 거리는 양복점, 금은방, 미용실, 극장, 화교가 운 영하는 중국집, 유흥가 등이 밀집해 말 그대로 불야성을 이룬 때가 있었다. 작 가는 공간 내부를 반쯤 가릴 목적으로 입구에 줄 따위를 여러 개 나란히 늘어 뜨려 만든 ‘발’에서 영감을 받아 이 거리의 화려했던 그 시절을 오갈 수 있 는 상상의 통로를 만들었다. 값싼 플라스틱의 크리스털 비즈를 꿰어 만든 구조 물은 아름다우면서도 야만적이고, 즐거움과 희망의 출처인 동시에 공포와 절 망의 원천인 자본주의 도시가 지닌 환영-벤야민(Walter Benjamin)의 언어를 빌리면 판타스마고리아(phantasmagoria)-의 은유이기도 하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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